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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거지? 엘사? 초등학생들이 못된 말을 뱉는 이유. 부모의 무의식 점검하자.

쏠쏠와플 2026. 5. 5. 12:16
아이들이 쓰는 차별 단어들 — 사실은 부모의 말투에서 시작된다
A Personal Diary · 30대의 단상

아이들이 쓰는
못된 단어들의 진짜 출처

최근에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또래를 차별하는 단어들이 유행한다는 뉴스를 봤다. "개근거지", "엘사" 같은 말들. 처음엔 그냥 한숨이 나왔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화가 났다. 이건 아이들이 만든 게 아니다. 이런 가치관은 어디에서 왔을까. 30대가 되어 세상을 좀 더 보게 되면서 깨달은 것들을 적어둔다.

며칠 전 뉴스에서 본 그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개근거지" — 가족 여행 못 가서 학교 개근하는 애를 비웃는 말. "엘사" — LH 임대주택 사는 친구를 부르는 말. 디즈니 캐릭터 이름까지 따다가 비아냥거림에 쓰는 거라니, 머리가 아찔했다.

처음엔 "요즘 애들이 무서워졌네" 싶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더라. 요즘 애들이 무서운 게 아니라, 요즘 어른들이 무서운 거다.

No. 01아이들은 무에서 단어를 만들지 않는다

한번 곰곰이 생각해보자. 8살, 10살짜리 아이가 어떻게 "개근거지" 같은 단어를 떠올릴까? "여행 못 가는 애 = 가난한 애 = 비웃을 대상"이라는 3단계 추론은 그냥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누군가가 그런 식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걸 보고, 듣고, 흡수해야 가능한 사고방식이다.

그러니까 이 단어들은 아이들이 만들어낸 게 아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치관을 흡수해서, 아이답게 표현했을 뿐이다. 어른들의 사고방식을 거울처럼 비춰낸 거다.

생각해보면

"우리 애 앞에서는 절대 그런 말 안 했어요."

그렇게 말하는 부모님들이 많을 거다. 직접적으로 "쟤네 가난해" 같은 말 안 한 건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직접적인 단어가 아니다.

매일같이 흘러나오는 은근한 비교, 한숨 섞인 평가, 무시하는 말투. 이게 아이들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거다.

No. 02아이들이 진짜로 듣고 있는 것들

평소에 어른들이 무심코 흘리는 말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다 일상적이고, 다 "별 뜻 없는" 말처럼 보인다.

"저 동네는 살기 좀 그렇지." "어머 쟤네 차 봐." "임대 아파트 옆이라서..." "방학 때 어디 안 갔다 왔어? 어휴." 이런 말들. 본인은 의식하지도 않는다. 그냥 흘러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옆에서 듣는 아이는?

아이는 이 말들에서 "사람은 사는 곳·차·여행·옷으로 등급을 나눌 수 있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정확히 받아 적는다. 부모는 단어를 직접 가르친 적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의 가치관은 이미 형성되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 중 한 명이 가족 여행을 못 갔다고 하면? 부모가 흘렸던 그 모든 메시지가 아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단어를 창조해낸다. "개근거지" 같은 식으로.

No. 03차별 단어의 패턴 — 결국 다 같은 구조

구체적인 단어 하나하나를 나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패턴은 다 똑같다. 어른 사회에서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그대로 아이 사회로 내려와 있는 거다.

The Same Pattern

아이들이 흡수하는 차별의 카테고리

  • 주거
    어디에 사느냐로 사람을 나누기. "임대 아파트", "빌라", "단독" 같은 단어로 격을 매기는 어른의 시선이 그대로 학교로 옮겨간다.
  • 소비
    옷 브랜드, 신발, 가방, 차종으로 사람을 평가. 명품 vs 보세, 외제차 vs 국산차 같은 어른의 잣대가 아이들 책가방에까지 적용된다.
  • 여가·경험
    방학 해외여행, 학원 종류와 개수, 사교육 비용. "어디 갔다 왔어?"라는 질문이 비교의 도구가 된다.
  • 외형·체형
    생김새, 키, 체형, 패션 감각.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이들에게도 그대로 흐른다.
  • 부모 직업
    어떤 일을 하느냐로 친구의 격을 매기는 시선. 어른들 술자리 대화를 아이들이 다 듣고 있다.

이걸 다 합치면 결국 하나의 메시지다. "사람의 가치는 가진 것의 양으로 결정된다." 이 가치관이 어른 머릿속에 있으면, 아이 머릿속에도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별도의 교육 없이도. 그냥 같이 사는 것만으로도.

No. 04그래서 진짜 해야 할 일은

"우리 애 앞에서 그 단어 안 쓰면 돼"는 답이 아니다. 그건 마치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만들면서 뚜껑만 덮어두는 것과 같다. 아이들은 의외로 다 보고 다 듣는다.

The Real Work

직접적인 단어보다 더 검열해야 할 것

아이 앞에서 직접적인 차별 단어를 쓰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기본이다. 진짜 해야 할 일은 그 너머에 있다.

내 안에 남을 무시하는 마음이 깔려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그걸 평소 말투에서 드러내지 않도록 일상적으로 검열하고 관리해야 한다.

한숨, 비교, 은근한 멸시, "어머 저 사람…" 으로 시작하는 모든 평가의 문장. 이것들이 아이의 가치관을 더 강하게 형성한다. 직접적인 단어보다 백 배 더.

이게 어렵다. 진짜 어렵다. 살다 보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남을 비교하고 평가하게 된다. 그게 인간이다. 그런데 부모가 되면, 특히 아이가 옆에서 자라고 있다면, 이 무의식까지도 의식적으로 다스려야 한다.

No. 05살아보니 깨달은 것 — 무시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30대가 되어 사회생활을 좀 하다 보니 한 가지 패턴을 발견하게 됐다. 정말 묘한 일이다.

"남을 무시하는 마음이 깊은 사람들은, 알고 보면 본인도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다. 자기보다 아주 조금 더 낮은 사람을 골라서 무시할 뿐이다."

이게 진짜 묘한 거다. 진짜 잘 사는 사람들, 진짜 그릇이 큰 사람들은 누군가를 무시하는 데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관심도 없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 자체가 없다. 자기 일에 집중하고, 자기 사람들에게 따뜻하다.

반대로 누군가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을 잘 보면, 본인도 그렇게 대단한 위치에 있지 않다. 자기보다 살짝 못한 사람만 골라서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 자기 위는 외면하고, 자기 아래는 노골적으로 눌러 보는 거다. 그게 자존감을 지키는 유일한 방식이거든.

그래서 무시하는 말이 자주 나오는 사람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본인이 가장 불안하다는 신호니까.

No. 06그릇이 큰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그리고 미래에 부모가 될 나에게도 적어둔다. 아이가 차별 단어를 안 쓰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려면, 결국 부모가 먼저 그릇이 큰 사람이어야 한다.

좋은 동네 사는 게, 좋은 차 타는 게, 명품 입는 게 그릇을 만들어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것들에 집착하는 모습 자체가 그릇의 크기를 보여준다. 진짜 그릇은 "내가 가진 것으로 남을 어떻게 평가하지 않는가"로 드러난다.

For Myself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은,
아이가 닮고 싶은 어른이 되는 것.

가진 것이 많아서가 아니라
마음이 넓어서 닮고 싶은 어른.
차별의 단어를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차별의 마음 자체가 없는 어른.

No. 07마무리하며

"개근거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느꼈던 그 분노가, 사실은 그 단어를 만들어낸 어른 사회를 향한 것이었음을 이제 안다. 아이를 탓할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흘려보낸 가치관의 결과물일 뿐이니까.

그래서 오늘은 결심하나 적어둔다. 내가 아이의 거울이 되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결심. 직접적인 단어를 검열하는 차원이 아니라, 나의 무의식까지도 들여다보고 다스리는 어른이 되고 싶다.

쉽지 않다는 건 안다. 그런데 위대한 일은 원래 어려운 거니까. 30대는 그런 어려운 일을 시작해야 할 때인 것 같다.

A Note to Myself

아이들이 쓰는 못된 단어를 보며
아이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내 마음을 들여다보자.

— 30대 어딘가에서 적다
※ 본 글은 개인적인 단상과 일기 형식의 글이며, 특정 가정·집단을 비판하거나 지칭하지 않습니다.
아이의 언어 습관과 가치관 형성에는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며, 본 글은 그중 일부 측면에 대한 개인적 관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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