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もう無理だ" — 아, 더는 못 하겠다.
도쿄 오타구의 한 작은 사무실에서, 30대 직원이 전화를 받아요. "네, 모무리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수화기 너머에는 입사한 지 사흘 된 신입사원의 떨리는 목소리. "회사에 직접 그만둔다고 말하기가… 너무 무서워서요."
그 직원은 의뢰인 대신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직 의사를 전달해요. 의뢰인의 개인 물건은 우편으로 받아주고, 절대 본인에게 직접 연락하지 말라고 회사에 단단히 못 박아 둬요. 이 모든 절차에 드는 비용은 약 22,000엔(약 22만원). 이게 끝이에요. 의뢰인은 다시는 그 회사에 발 들이지 않아도 돼요.
이게 지금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에요. 농담 같지만 진짜예요.
No. 01모무리(もう無理), 충격의 통계
대표 업체 '모무리(モームリ)'는 직역하면 "더는 무리". 이름부터 직설적이죠. 2022년 3월에 서비스를 시작했고, 변호사 감수까지 받아 운영하는 정식 회사예요. 가격도 정해져 있어요 — 정규직 22,000엔, 알바 12,000엔.
그런데 숫자가 진짜 충격적이에요.
모무리 한 곳 의뢰량 (역대 최다)
2년 만에 (2024년 4월 시점)
퇴사대행 업체 수
그리고 진짜 인상적인 건 "입사식 당일 의뢰"예요. 일본은 회사 입사식이 4월 1일에 일제히 열리거든요. 그런데 그 입사식 바로 그 날, 연수도 끝나기 전에 퇴사대행을 신청한 신입사원이 2024년 4명, 2025년에는 5명. 그리고 골든위크(5월 황금연휴) 직후에는 한 업체에만 신입사원 의뢰가 76명 몰린 적도 있어요.
의뢰인의 75%는 입사 1년 이내의 직원이에요. 즉 들어가자마자 못 견디고 나가는 거죠.
No. 02실제 사례 — 그들은 왜?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인터뷰한 케이스들이 흥미로워요. 단순히 "회사가 싫어서"가 아니에요. 좀 더 결이 다른 이유들이 있어요.
"머리색 자유" 약속이 입사식 당일 깨졌어요
20대 여성, 미용 관련 기업 입사 예정. 회사는 채용 단계에서 "머리색은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런데 입사식 직전, "검은색으로 염색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어요.
거부했더니 "그럼 입사식 참석 불가"라는 통보. 결국 입사식 당일, 그녀는 입사식장이 아닌 퇴사대행 업체에 전화를 걸었어요.
약속된 부서가 아니었어요
입사 전엔 분명 "이 부서로 배치된다"고 들었는데, 막상 출근했더니 전혀 다른 부서. 본인의 희망이 아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분명했어요.
"신뢰가 무너졌어요. 직접 그만둔다고 말하기는 껄끄러워서… 결국 대행에 맡겼어요."
몇 번을 사직서 내도 받아주지 않아요
건강이 안 좋아진 70대 남성. 회사에 그만두겠다 했는데 사표를 받아주지 않았어요. "후임 찾을 때까지만"이라며 계속 미루고. 결국 퇴사대행에 도움을 청했어요.
모무리 측은 "베테랑 의뢰도 늘고 있다"고 해요. 즉 MZ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퇴직 사유 1위는 '입사 전 들었던 조건과 실제가 다르다'였어요. 그러니까 단순히 '못 견뎌서'가 아니라 '속았다는 느낌'이 핵심이에요."
— 모무리 운영사 알바트로스 발표 (2024)No. 03왜 직접 못 말할까?
한국인 관점에서는 솔직히 좀 의아할 수 있어요. "그냥 그만둔다고 말하면 되잖아?" 그런데 일본의 직장 문화 + 개인 심리가 결합된 데에는 꽤 깊은 이유가 있어요.
"민폐 끼치면 안 돼" 문화
일본은 동료에게 폐 끼치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문화예요. "내가 갑자기 그만두면 다들 곤란할 텐데"라는 죄책감이 압도적이에요.
사표를 안 받아줘요
"좀 더 다녀봐", "후임 올 때까지만"이라며 사표를 거부하는 회사가 많아요. 본인이 끈질기게 버티지 않으면 못 그만둬요.
2차 가해 우려
그만둔다고 했을 때 갑질·성희롱 등 2차 피해를 당할까 봐 두려운 사람들도 있어요. 직접 부딪히지 않는 게 안전한 선택이에요.
SNS가 만든 위화감
모무리 사장: "요즘 젊은 세대는 SNS로 다른 사람의 일하는 모습을 봐요. 자기 환경에 위화감을 느끼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어요."
No. 04그래서, MZ만의 일인가?
흥미로운 통계가 있어요. 일본 한 조사에 따르면 퇴사대행 이용자의 연령대 분포는 이래요.
의외죠? 20대, 30대, 40대가 거의 비슷해요. 이건 단순히 "MZ 정신력 약해서"가 아니라는 신호예요. 70대 베테랑까지 의뢰한다는 건,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의미예요.
그럼 왜 MZ가 유독 부각될까요?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① MZ가 더 적극적으로 SNS에서 공유해요
퇴사대행을 썼다는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요. "더는 무리였다", "구원받았다" 같은 후기들이 X(트위터)와 인스타그램에 쏟아지면서 트렌드처럼 가시화된 거죠.
② MZ는 "참고 다닌다"는 발상이 없어요
모무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일단 입사하면 참고 일할 거라는 구시대적 발상은 Z세대 젊은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아요."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시대에서, MZ는 "맞지 않으면 빨리 나오자"가 합리적이라고 느껴요.
No. 05찬반 논쟁 — 무책임 vs 정당한 권리
일본 내에서도 평가가 갈려요. 구글에서 "퇴사대행"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쓰는 사람 이상한가"가 뜰 정도로 양면적인 인식이 있어요.
지지하는 입장
몇 번 사직서를 내도 안 받아주는 회사가 있다면, 대행이 유일한 탈출구예요
직장갑질·성희롱 가해자와 더 이상 마주치지 않아도 돼요
"퇴사대행 쓰게 만드는 회사 분위기를 바꿔야 해요"
재이용 의사 74.2% — 만족도가 매우 높아요
비판하는 입장
일방적으로 그만두는 건 동료에게 무책임한 행동이에요
이직 시 평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회사 입장에선 직원과 직접 소통할 기회조차 박탈당해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외주화되고 있어요
No. 06한국은? 곧 따라올까
한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슬슬 등장하고 있긴 해요. 다만 일본만큼 정착된 단계는 아니에요. 왜일까요?
한국과 일본은 닮은 듯 다른 직장 문화를 가지고 있어요. 한국은 일본보다는 이직에 덜 보수적이에요. 그만둔다고 했을 때 회사가 끝까지 붙잡는 문화도 약한 편이고요. 그래서 굳이 22만원 내고 대행을 쓸 필요가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한국 MZ 직장인의 풍경도 이미 변하고 있어요.
평균 근속 기간 (통계청)
1년 내 조기퇴사 비율
평균 근무 기간
퇴사대행 자체는 안 써도, "빨리 그만두는" 흐름은 한국이 더 빠를 수도 있어요. 신입사원의 절반 가까이가 3개월을 못 채우고 나가요. 평균 5.2개월. 어쩌면 한국은 굳이 대행을 거치지 않고 본인이 직접 사표 던지는 데 익숙해진, 한 단계 더 나아간 버전인지도 몰라요.
No. 07마무리하며 — 이 현상이 말해주는 것
퇴사대행이라는 서비스, 처음 들으면 "좀 너무한 거 아냐?" 싶어요. 본인이 직접 말 한마디 못 해서 22만원을 낸다니.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게 보여요.
입사 전 약속과 다른 실제 환경, 사표를 받아주지 않는 관성, 갑질·성희롱이 두려운 직장, 평생직장 개념의 붕괴, 인력난 속에서 더 좋은 곳으로 가려는 흐름. 이 모든 게 합쳐져서 만들어진 현상이에요.
일본 SNS에 한 누리꾼이 남긴 댓글이 인상 깊었어요.
"퇴사대행 쓴다고 신입사원 정신력 탓할 일이 아니에요.
'그만두겠다'는 말 한마디조차 못할 정도로 내몰린 사람들을 생각해줘야 해요."
결국 진짜 변해야 하는 건 '못 그만두게 만드는 회사'일지도 몰라요. 그게 일본이든, 한국이든.